본문 바로가기
일본 생활/일본 생활 및 정보 리뷰

아직도 현금과 팩스를 쓴다고? 아날로그식 일본 사회

by 도쿄정대리! 2021. 1. 8.

수화기 옆에 현금이 놓여져 있다
일본은 아직도 '현금만'을 고집하는 가게가 상당히 많다 - 사진 출처 '야후재팬'

안녕하세요 일본 취업, 일본 생활을 리뷰하는 '도쿄 정대리'입니다.
일본은 '선진국'의 이미지가 강하며 실제로도 미국, 중국의 뒤를 잇는 세계 경제 규모 3위경제 대국입니다. 그리고 세계 최초로 소행성의 샘플을 채취하여 귀환한 높은 기술력을 자랑하는 나라입니다. 하지만 이런 일본이 아직도 아날로그 방식고수하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일본은 아직도 카드보다 현금의 사용이 압도적으로 많으며, 아날로그 기기인 전화, 팩스를 주요 연락 수단으로 사용합니다. 그 때문에 여러 행정분야에서 업무 속도가 굉장히 느린데요. 오늘은 이런 일본 아날로그 문화와 그 이유, 일본 국민들의 반응 등을 소개하겠습니다. 

1. 일본의 아날로그 문화

팩스 사진
팩스는 일본의 대표적인 서류 전달 방법이다 - 사진 출처 '픽사베이'

일본 사회는 운영되는 시스템 자체가 '아날로그'식입니다. 식당 혹은 슈퍼마켓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많은 장소에서 카드결제기가 없는 경우가 많죠. 이 때문에 일본인들은 항상 현금이 두둑한 지갑을 들고 다니고 있습니다. 이를 모르는 외국인들이 일본에 방문하여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혹시라도 카드결제가 가능한 곳이라면, 영수증 서명 시에 카드 뒤쪽에 있는 서명란의 '아날로그' 서명과 동일하게 서명을 하지 않으면 재 서명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도쿄에 위치한 일본의 고급 맨션(고급 아파트)에도 집 현관문은 아날로그 방식인 '열쇠'를 고집하고 있습니다. 개인정보를 너무나도 중요시하는 일본문화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정보유출이 일어나거나, 카드키 등에 담긴 본인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게 싫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이 '아날로그' 문화는 회사에도 뿌리 깊게 박혀 있습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IT회사는 그나마 그 정도가 덜한 편이긴 합니다만, 일반적인 회사는 거래처의 업무 상대에게 몇 시쯤 전화를 할지 미리 이메일보낸 뒤에 전화를 하는 것이 관행처럼 되어 있습니다. 이메일로 업무에 관한 내용을 보내고 똑같은 내용을 팩스로 한 번 더 보내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회사에서도 지금도 도장을 사용하여 결제를 하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를 하고 있던 와중에도 도장 결제를 하기 위해 회사에 출근한다는 일본인이 3분의 1 이상을 차지할 정도입니다. 이러한 일본인들의 도장 사랑은, 일본의 과학기술담당(IT 담당) 장관인 '다케모토 나오카즈'(竹本直一) 가 '일본의 도장 문화를 지키는 의원 연맹'의 회장이라는 아이러니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발발하고 많은 일본 문화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아날로그' 문화의 문제점들이 드러났는데요. 그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코로나 감염자 집계 오류 사건입니다. 공공기관에서 코로나 감염자 수를 팩스로 받아 수기로 직접 집계하여 발표를 하였기 때문에 감염자 수가 누락되거나, 실수로 두 번 계산을 해서 증가되는 실수가 발생한 것입니다. 당시 총리와 도쿄도지사의 불호령이 떨어지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어버렸습니다.

2. 일본이 '아날로그'를 고집하는 이유

도장 사진
일본 아날로그 문화의 상징과 같은 '도장' - 사진 출처 '야후 재팬'

(1) 변화를 싫어하는 일본 문화
(2) 고령화
(3) 잦은 사회 인프라의 정지

(1) 변화를 싫어하는 일본 문화

일본에는 변화싫어하는 일본 특유의 문화가 있습니다. 규칙규율 그리고 전통을 매우 중요시하며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을 몹시도 싫어하는 일본의 문화가 그대로 사회에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일본에서 일본과 함께 일하는 한 외국계 기업임직원은 '일본은 경제대국이지만, 혁신에서는 후진국이다. 일본의 기업가 정신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몹시 궁금하다.'라는 말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2) 고령화

일본의 디지털화를 막는 원인으로 가장 많이 지목되는 원인 중에 하나인 고령화입니다. 세계 제1의 고령화 국가답게 많은 수를 자랑하는 노인계층이 있는데요. 바로 이 노인계층이 디지털화에 적응하지 못할 것을 배려하여, 아날로그식 방식을 고수한다는 의견입니다. 대표적인 디지털 국가인 우리나라의 경우, 소위 '디지털 난민'이 노인 계층에서 많이 발생하였습니다. 현재는 많은 부분이 개선되었지만, 우리나라도 노인 계층에 대한 배려가 조금 더 있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은 해봅니다.

 

(3) 잦은 사회 인프라의 정지

일본인들이 현금을 포기하지 못하는 제일 큰 이유입니다. 각종 재난사고가 많은 나라인 일본은 살면서 반드시 한번 이상은 사회 시스템멈추는 것경험하게 되는데요. 컴퓨터 등 기존의 '디지털 기술'들이 무용지물이 되는 상황과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죠. 전기와 수도 공급이 중단되는 긴급사태 때 믿을 수 있는 것은 역시 현금뿐이라는 인식이 일본인들의 무의식 속에 깊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3. 아날로그 방식에 대한 일본 반응

도장을 찍는 기계 사진
도장을 찍어주는 기계 - 사진 출처 '야후 재팬'

이 시대착오적인 기계는 무려 2019년개발되었습니다. 일본 회사 '히타치'에서 도장을 찍는 날인 작업이 많아, 비효율적이며 업무에 방해가 된다는 사원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만든 하이테크 기계입니다. 인식용 스캔 카메라로 도장을 찍을 곳을 자동으로 파악하여 기계가 인감도장을 집어서 인주를 묻히고 정확하게 도장을 찍는 방식입니다. 도장을 찍은 다음 다른 기계 팔로 서류를 넘기는 등의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기계인데요. 이에 대한 일본 자국민의 평가는 어떨까요?

 

'일본이 이렇게나 낡았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

'도장을 스캔해서 문서에 붙여 넣고 인쇄하는 것과 대체 무슨 차이가 있는 건가? '

'도장을 계속해서 고집하는 거래처 때문에 이런 로봇을 도입했다는 게 너무 굴욕적이다.'

'쓸데없이 고급 기술이 사용되었다.'

'가짜 뉴스라고 생각하였다.'

'정밀 작업용 기계를 이런데 쓰다니 한심하다.'

 

일본 자국 내에서도 비판목소리가 심상치 않은데요. 특히 젊은 세대들이 더욱 그렇습니다. 사실 기존의 '아날로그'식 사회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기 때문에 대체 왜 그렇게 전통관행에 집착하며 '아날로그'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반문하는 젊은이들도 상당히 있습니다.

 

특히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일본 자국 내에서도 반성의 목소리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일본이 이렇게 IT 후진국인지 몰랐다.'라고 이야기하는 성토하는 일본인들도 많이 있습니다.

 

'일본 정대리'로 활동하고 있는 저도 일본에 처음 와서 겪은 문화충격을 잊을 수 없는데요. 비자를 갱신하기 위해 출입국 관리소에서 6시간 반을 기다린 적이 있으며, 은행에 등록한 이름의 요미 카나(읽는 방법)를 수정하기 위해 은행에서 수많은 서류에 도장을 찍어가며 2시간 이상을 소요하였었습니다.

 

이사를 가서 새로운 구청에 전입 신고를 하려고 하니, 이전에 살았던 곳의 구청에 가서 주민표를 출력해서 제출해라는 황당한 답변을 들은적도 있습니다. 지금이야 덤덤하게 이야기 하지만, 정말 당시에는 '답답해서 죽을 것 같다'라는 생각을 수십번은 하였을 정도였습니다.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재일 한국인들이라면 다들 공감하는 내용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일본의 '아날로그' 방식이 강제로 '디지털'화 되고 있는 중인데요. 향후에는 일본도 조금은 더 편리한 사회 시스템으로 바뀌기를 기원하면서 마치겠습니다.

반응형

댓글